다시 앉으면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저릴 수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 일을 하다 보면 엉덩이에서 시작한 저림이 다리 아래로 내려옵니다. 몸을 비틀거나 잠깐 일어나면 덜한데, 다시 앉아 있으면 어느새 같은 불편이 돌아옵니다.
이럴 때는 저린 다리에 침을 놓는지, 허리나 엉덩이도 치료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앉아 있는 동안에는 허리를 굽히는 정도와 엉덩이가 의자에 눌리는 상태가 유지됩니다. 몸을 틀거나 일어나면 그 부담이 달라져 잠시 편해질 수 있습니다.
다시 앉아 자신에게 불편을 일으키는 자세가 이어지면 저림도 돌아올 수 있지요.
다만 오래 앉으면 저리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부위가 자극받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허리를 굽힐 때 더 불편한 분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가 의자에 눌리거나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 저림이 심해지는 분도 있습니다.
앉으면 덜하고 서 있거나 걸을 때 다리가 더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앉아 있어야 저림이 시작되는지, 일어나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시 어떤 자세를 취했을 때 돌아오는지를 함께 듣습니다.
그 차이가 치료에서 다룰 부담을 찾는 단서가 됩니다.
다리가 저려도 허리와 엉덩이가 통증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허리에서 다리로 향하는 신경근이 자극받으면 허리가 많이 아프지 않아도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이나 저린 느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허리의 관절이나 근육 등에서 생긴 통증이 엉덩이나 허벅지 쪽으로 퍼져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리에 불편이 느껴진다는 사실만으로 그 불편에 관여하는 곳을 다리 한 군데로 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진료에서는 저림이 엉덩이에서 허벅지 뒤쪽으로 내려가는지, 다리 바깥쪽을 따라가는지, 종아리나 발까지 닿는지 듣습니다. 이어 허리와 엉덩이를 눌렀을 때 평소 겪는 통증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지, 허리를 굽히거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 다리의 느낌이 달라지는지 살핍니다.
예를 들어 엉덩이의 한 자리를 누를 때 익숙한 통증이 나타나고 일어설 때도 그곳이 아프다면, 저린 다리와 함께 엉덩이를 치료에 고려할 이유가 생깁니다. 허리를 움직일 때 다리 저림이 달라진다면 허리도 살펴야 합니다.
‘좌골신경통’이라는 이름만으로 어느 곳에 침을 놓을지 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리로 통증이 뻗치는 것과 신경의 기능이 떨어진 것은 구분해야 하므로, 감각이 둔한 곳이나 실제로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움직임이 있는지도 통증과 별도로 확인합니다.
다리의 통증 경로와 허리·엉덩이의 압통이 침 자리를 정하는 단서입니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이 이어지는 길을 경맥의 관점에서도 봅니다. 다리 뒤쪽으로 내려가는 불편에는 그 길과 관련된 방광경의 경혈을, 다리 바깥쪽으로 이어지는 불편에는 담경의 경혈을 침 자리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경맥은 통증의 경로와 경혈을 연결해 치료 부위를 고르는 틀입니다. 어느 경맥을 따라 저리다는 사실만으로 신경이 손상된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다리의 경로만 따라 침을 놓는 것도 아닙니다. 허리 양옆이나 엉덩이를 눌렀을 때 평소의 통증이 나타나는지, 그 부위를 움직일 때 앉거나 일어서는 동작이 더 어려워지는지도 봅니다.
허리의 압통과 움직임이 다리 증상에 관련된다면 허리 쪽 경혈을, 엉덩이에서 익숙한 통증이 재현된다면 그 압통 부위를 치료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리로 내려가는 불편이 뚜렷하면 그 경로의 경혈도 함께 고려합니다.
요추 추간판 탈출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는 해당 진단을 받은 성인에게 허리 쪽 경혈과 방사통이 이어지는 엉덩이·다리의 경혈을 조합하는 예가 나옵니다. 이는 왜 허리와 다리 양쪽이 침 자리 후보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지만, 오래 앉으면 저리다는 호소만으로 같은 자리에 침을 놓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통증이 이어지는 길과 눌렀을 때의 반응, 움직일 때 달라지는 불편을 한 사람 안에서 연결해 침 자리를 정해야 합니다.
침 치료로 다루려는 것은 앉을 때의 저림과 일어설 때의 통증입니다

침은 선택한 부위에 자극을 주어 통증을 조절하려는 치료입니다. 허리나 엉덩이에서 평소 통증이 나타나는 자리를 다루고, 다리로 불편이 이어지는 경로도 고려하는 이유는 오래 앉아 있을 때의 저림과 일어설 때의 부담을 함께 살피기 위해서입니다.
침이 밀려난 디스크를 제자리로 돌리거나 손상된 신경을 복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처음 진료를 받을 때는 ‘오래 앉으면 저려요’에 더해 몇 분쯤 지나 저림이 시작되는지, 엉덩이에서 허벅지·종아리·발 중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줄어드는지, 몇 걸음 걸으면 나아지는지 또는 더 아픈지도 치료 부위와 목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치료 뒤에는 침을 맞은 직후의 느낌만 보지 않습니다. 같은 의자에 앉았을 때 저림이 시작되기까지의 시간, 저림이 내려가는 범위, 일어설 때 통증 때문에 멈칫하는 정도를 처음과 비교합니다.
허리나 엉덩이의 압통을 다뤘는데도 다시 앉으면 똑같이 저린지, 다리의 불편이 줄면서 일어서기도 편해졌는지를 살펴야 지금 선택한 치료 부위가 생활 속 불편과 맞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린 곳이 다리여도 허리와 엉덩이를 함께 살피는 이유는, 앉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저림과 움직일 때의 통증을 그 자리에서 함께 이해하고 다루기 위해서입니다.